매맞는 남편들의 비애 "뺨 때리고 손톱으로 할퀴고 꼬집고…" 가정폭력’으로 경찰에 검거되는 인원이 매년 1천여 명 이상씩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주로 가해자가 남편인 것으로만 인식됐던 가정폭력이 아내에 의해 행해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
더욱이 이 같은 현상은 최근 크게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즉 ‘매맞는 남편’이 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매맞는 남편의 기막힌 사연을 통해 그 실태를 취재했다.
지난 10월5일. 자신을 40대 중반이라고 밝힌 남성 A가 본지로 전화를 걸어와 “10여 년 동안 아내로부터 상습적인 폭행을 당해왔다”고 하소연했다.
-아내, 남편 얼굴에 재떨이 던져..-
A에 따르면 18년 전 지인의 소개로 만난 동갑내기 아내와 6개월간의 연애 끝에 결혼했다. 신혼의 꿈같은 시간을 보내다 첫째 아이가 생겼고 바로 둘째 아이도 태어났다. 하지만 꿈같은 시간도 잠시.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다니던 회사가 부도 처리 되면서 시련은 닥쳐왔다. 일반 사무직에 근무하던 A는 살아보겠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기불황으로 취업 현장에 쏟아져 나온 같은 직종 인력이 증가하면서 재취업의 기회를 얻지 못했던 것.
5평 짜리 실내포장마차를 개업하기까지 2년이 넘는 시간동안 극심한 마음 고생으로 머리에 주먹만한 원형 탈모증까지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A를 힘들게 했던 것은 아내의 구박과 폭력. ‘돈 못 벌어 오는 가장의 비애’라고 하기에는 지나칠 정도였기 때문이다. 부부싸움이 잦아지면서 아내로부터 뺨을 맞은 것도 여러 차례였고, 심지어는 주방용품으로 맞아 목 부위를 5바늘이나 꿰매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는 것. 그렇게 아내의 폭력이 도를 넘어섰지만 A는 ‘남자가 어찌 여자를 때릴 수 있겠는가’하는 마음으로 참았다고 한다. A는 “남자가 오직 못났으면 아내를 때리겠느냐는 주위의 시선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무엇보다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가정만큼은 지켜야겠다는 생각으로 참아왔다”면서, 더욱이 “한번은 아내가 집어던진 재떨이에 얼굴을 맞고 너무 화가나 아내의 뺨을 한 대 때렸다가 ‘폭행 당했다’고 나뒹구는 아내 때문에 파출소까지 끌려가 훈계를 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A는 여러 차례 주변 사람들에게 하소연을 해봤지만 한결같이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가부장적인 전통이 살아있는 우리나라에서 아내에게 맞고 산다는 것을 쉽게 납득할 만한 사람들이 없었던 것. 참다 못한 A는 지난해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하지만 아내는 A의 말을 무시한 채, 오히려 이혼을 요구하는 A에게 ‘차라리 나가 죽어라’는 등의 폭언만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A는 진단서와 증인 등 증거자료를 확보하고 결국 아내의 폭력을 피해 집을 나와 한 상담기관의 도움으로 소송을 통해 이혼할 수 있었다.
-취업난·명퇴 ‘고개 숙인 남편’-
남성고민 상담전화인 ‘한국남성의 전화(이하 남성의 전화)’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가정폭력 피해를 호소한 남편들의 상담건수 1천1백42건 가운데 약 30%가 “아내로부터 육체적인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호소였다는 것. 이 같은 결과는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크게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또, 나머지 70% 역시 육체적 폭력에 가까운 욕설이나 멸시, 학대 등 정신적인 폭력을 호소하고 있다. 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가정폭력을 당하는 남편의 경우, 다소 체구가 작은데다 내성적이고 소극적이며 성실한 유형이 대부분이었고, 아내는 상대적으로 괄괄하고 직선적인데다가 다혈질적이고 체구도 남편보다 큰 경우가 많았다. 바꿔 말해 매맞는 남편들의 경우 아내보다 육체적·정신적 열등관계에 있던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했었다. 하지만 최근 가정폭력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남편들을 살펴보면 이 같은 유형을 찾아보기 힘들다. 아내들이 질적인 삶과 행복을 추구하면서 “남편과 아이에게만 얽매여 살아가지 않겠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아내의 권익이 크게 신장됐기 때문에 남성과 여성의 관계가 육체적·정신적으로 열등관계를 가리는 입장이 아닌 동등한 가족으로서의 관계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현재 경찰과 가정폭력 상담기관에 신고나 상담을 의뢰하는 피해자는 여성인 아내가 대부분이다. 매맞는 아내의 수에 비해 매맞는 남편의 수는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담기관이나 남성문제 전문가들은 여권신장과 양성평등, 장기화된 경기불황으로 인한 실직 가장 증가 등의 사회적 요건에 맞물려 앞으로는 매맞는 남편과 매맞는 아내의 비율이 50:50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남편이냐 아내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누가 피해자이건 간에 가정폭력은 엄연한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맞는 남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최근의 세태와 무관치 않다는데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는 것. 남성의 전화 이옥 소장은 “경기불황에 따른 취업난과 명퇴 등으로 인한 남편들이 가정내 주도권을 상실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며 “가부장적인 가족관계에 변화가 생기면서 아내는 물론 자녀들까지 아버지를 무시하는 경향이 생기고 있어 고개 숙인 남편들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또 “가정폭력은 남성과 여성 모두 피해 유형은 비슷하게 나타나는데, 최근 남편에 대한 가정폭력의 경향은 아내와 아이들이 남편을 왕따 시키거나 일방적으로 잠자리를 거부하고 다른 남편과의 경제적 능력을 비교하면서 비아냥거리는 등으로 나타나며 이로 인해 싸움이 시작되면 뺨을 때리거나 손톱으로 할퀴는 등의 경향을 띤다”면서 “예전에는 매맞는 남편들의 경우 40대 후반 이후에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30대 젊은 부부 사이에서 크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폭력을 행사하는 아내들의 경우 대졸 이상의 학력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힘적 우위에 있는 남편이 힘이 없어 얻어맞는 경우보다는 자녀문제나 재혼·이혼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참고 살아가는 경우가 더 많다”고 덧붙였다.
가정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
▲“맞을 짓을 했으니깐 맞는다.”
-세상에는 그 누구도 잘못을 했다고 해서 폭력에 의해 임의적으로 처벌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폭력은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은 묵인될 수 없다.
▲“가정폭력은 집안의 문제이며 남이 알면 부끄러운 일이다.”
-가정폭력은 흉악한 범죄이며 당신은 범죄의 피해자다. 범죄의 피해자가 되었다고 해서 부끄러워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당신은 보호받아야 한다.
▲“애들을 봐서 참고 산다.”
-청소년 비행의 원인은 대부분 가정불화에서 시작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혼 등의 결손가정보다 폭력적인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더 많은 범죄를 저지른다고 보고되고 있다. 폭력적인 가정은 아이에게 실제 폭력의 고통을 경험하게 하고, 이러한 고통은 비행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이혼만이 해답은 아니지만 아이들을 봐서 참고 사는 것은 안 된다. 상담기관에 상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출처-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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