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기사]-위치추척-아이폰 나도 나도 애플로부터 100만원 받아낼 수 있나?
지난 4월20일, 아이폰 사용자들을 놀라게 한 일이 있었다. 애플이 iOS4로 판올림 하면서 사용자의 위치정보가 기기에 저장되도록 한 사건이다. 이 같은 사실은 미국에서 두 명의 데이터 과학자가 알아냈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웨어2.0′ 컨퍼런스에 발표되며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사용자는 왜 아이폰이 위치정보를 기록하고, 기록된 정보가 어떻게 쓰일지도 모르는 채 고스란히 자신의 발자취가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을 문제 삼았고, 급기야 미국 상원의원이 애플에 위치정보를 기록하는 이유를 묻기도 했다.
이 같은 일이 알려지자 우리나라에서는 한 애플 사용자가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했다. 애플코리아에 위자료를 청구한 아이폰 사용자는 창원에 있는 법무법인 미래로 소속 김형석 변호사. 김형석 변호사는 지난 4월26일, 창원지방법원에 “애플이 위치정보를 수집해 사생활과 인격을 침해하고 있다”라며 이 같은 소송을 제기했다.
‘아이폰 트래커’라는 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누구든지 아이폰의 위치정보를 파악할 수 있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도 있고,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다는 게 김형석 변호사가 소송을 제기한 이유다.

창원지방법원은 일단 김형석 변호사의 손을 들어줬다. 창원지방법원은 애플코리아에 김형석 변호사가 청구한 100만원을 지급하라는 지급명령을 내렸다는 사실이 7월13일 알려졌다. 이 같은 판결로 김형석 변호사는 애플코리아로부터 수수료 2천원을 제외한 99만8천원을 지급받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아이폰 사용자들이 들썩이고 있다. “어, 나도 위자료 받을 수 있는 것 아냐?”
실제로 법무법인 미래로는 소송에 참여하는 절차를 안내하고, 소송을 접수받는 사이트까지 개설해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법무법인 미래로 홈페이지는 ‘수정 중’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고, 소송접수 사이트는 접속자 폭주로 때문에 마비된 상태다.
그렇다면 실제로 집단소송이 이루어졌을 때 다른 아이폰 사용자도 김형석 변호사처럼 애플로부터 위자료를 받을 수 있을까? 창원에서 벌어진 김형석 변호사의 사례를 좀 더 면밀히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창원지방법원이 애플코리아에 내린 판결은 ‘지급명령’이다. 지급명령이란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빠르게 채무를 받아내기 위해 신청하는 법적 절차다. 시간과 비용이 오래 걸리는 민사소송에서 급한 채무사건을 처리할 수 있도록 마련한 일종의 간이 법적 절차인 셈이다. 이번 창원지방법원 판결의 경우 김형석 변호사가 채권자, 애플코리아가 채무자다.
창원지방법원의 판단이 ‘판결’이 아니라 ‘지급명령’이었다는 점을 따지는 건 중요하다. 지급명령은 피고 애플코리아가 잘못이 있음을 법원이 판단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한 법조인의 설명에 따르면 “지급명령은 사안이 정당한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일단 해당 금액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판결”이라며 “피고가 그에 대해 2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확정판결을 내리게 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김형석 변호사가 애플로부터 100만원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애플코리아가 창원지방법원의 지급명령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어서 이 법조인은 “법원은 애플의 위치정보를 수집한 행위가 불법이다 아니다 여부를 판결한 것은 아니다”라며 “지급명령 판결이 내려졌다는 것만으로 법원이 애플의 잘못을 인정했다고 보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즉, 집단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법적 다툼이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 법조인은 “창원지방법원에서 애플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과 집단소송에서 애플이 위법이라고 판단하는 일은 별개의 문제다”라며 “100만원이라는 금액도 이번 창원 사건과는 별개로 판단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집단소송이 제기되면 애플도 김형석 변호사와 같은 대응을 하지 않을 것이고 이번 판결과 같이 신속한 판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애플이 위치정보를 수집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 미국에서도 집단소송에 들어갔지만, 아직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다.
출처:http://www.bloter.net/wp-content/bloter_html/2011/07/6794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