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오픈한 건설업체가 방명록을 만들어 두고 고객들에게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도록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일까.
지금까지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관행처럼 해 온 일이지만 9월30일부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개인정보보호법이 발효되기 때문이다.
새로 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의 시행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고객정보를 관리하는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기업과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의무와 책임을 강화하고 집단분쟁조정제도와 단체소송제도 등 다양한 소비자보호제도를 포함하고 있어 기업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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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우연수원(원장 이주흥)이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빌딩 34층에서 기업의 사내변호사를 대상으로 연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기업의 대응전략 세미나’에서는 국내 100여개 기업 사내변호사 150여명이 참석하는 등 법률시행을 앞두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기업들의 분위기가 여실히 드러났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기업들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개인정보를 수집할 경우 이용 범위와 사용 형태 등에 대해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동의없이 정보를 수집하거나 동의받은 범위 밖에서 개인정보를 사용하면 5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만약 그렇게 모은 개인정보가 유출되기라도 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이와는 별도로 막대한 금액의 민사적 손해배상 소송이 뒤따를 수도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 강사로 나선 김원일 법무법인(유)화우 개인정보보호팀장은 “적용 범위와 대상을 크게 확대한 것이 개인정보보호법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개인정보보호관련 법률들은 공공기관과 일부 사업체에 한정해 적용됐다. 하지만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개인정보보호법은 헌법기관을 비롯해 중앙행정기관, 지자체와 학교, 공단 등 공공기관과 오프라인사업자는 물론 동창회와 같은 비영리단체까지 적용 대상에 포함시켰다. 업계에서는 새 법률의 적용을 받는 단체를 약 350여만개로 추산하고 있다.
보호되는 문서에는 전자문서는 물론 수기로 작성된 동창회 명부까지 포함한다. 김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범위가 광범위한 것은 법 적용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보호의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일반법적인 성격 때문”이라면서도 “보호범위와 요건과 의무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고 형사적 벌칙조항까지 두고 있는 만큼 기업과 단체들은 위법행위가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률이 시행되면 기업의 사내 변호사들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법률은 공공기관이나 상시근로자수 50인 이상의 사업장에는 반드시 개인정보보호책임자를 두도록 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책임자는 기업의 개인정보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등 관리 업무의 전반을 책임지게 된다. 법률적 전문성을 갖춘 사내 변호사가 적격이라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의 수집과 이용·제공· 위탁· 파기의 단계 별 정보주체의 동의절차와 보호기준을 마련하고 개인정보보호책임자를 지정하는 것 등은 어쩔 수 없는 유출 사고를 당했을 경우 책임감경사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유출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제기될 수도 있는 집단분쟁조정과 단체소송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관리와 관련한 기업의 사내변호사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가 유출될 경우 지체 없이 정보주체에 통지하고 행정안전부장관에게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또 피해자가 많으면서도 개별 피해액은 소액일 경우를 감안해 집단분쟁조정제도를 도입했고 조정이 되지 않을 경우 단체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