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이 아이를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어느 이혼소송 사건의 심리를 마친 재판장이 탄식하며 내뱉은 말이다. 미성년 자녀를 둔 부부의 이혼사건에서는 반드시 부모 중 자녀의 친권과 양육권을 맡을 자를 지정한다. 서로 또는 최소한 일방이라도 자신이 키우겠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 사건에선 반대였다. 자녀의 양육권자로 서로 상대방을 지정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아직 걸음마조차 떼지 못한 이 어린 아이는 부모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심리적 고아(孤兒)가 되어버렸다.
부부는 대학원 재학 시절 친구의 소개로 만나 2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남편은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해 비교적 안정된 직장생활을 유지했다. 부인은 출산과 육아 등 가정생활에만 전념하기를 바라는 보수적 성향의 시부모의 뜻을 거역하지 못해 대학원 졸업 후 전업주부로 지내다 3년 만에 아이를 낳았다. 시부모의 지나친 간섭과 냉대, 남편의 무관심 등 여러 요인이 결합되어 수개월간 부부싸움을 했고 결국 이혼소송에 이르렀다.
남편이 부인을 친권 및 양육권자로 지정해 달라고 한 이유는 이랬다. "유아기에는 엄마의 체온과 사랑을 느끼면서 보살핌을 받아야 정서적으로 안정된다. 난 회사에 출근하면 아이를 돌볼 수도 없고 연로하여 건강도 좋지 않으신 부모님이 대신 아이를 키울 형편도 못된다."
반면 부인의 입장도 강경했다. "난 아이를 원치 않았는데 남편과 시댁이 강력히 원해서 낳은 것이다. 이혼하면 결혼과 출산 때문에 포기한 직장생활도 하고 싶고 한때 꿈꾸었던 해외유학도 가고 싶은데, 아이를 데리고 있으면 이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
이 경우 재판장은 부부의 주장에 구애받지 않고 여러 방식의 조사 절차를 거쳐 자녀의 성장과 복리를 위해 더 적합한 당사자를 친권 및 양육권자로 결정한다. 부부가 이를 거부한다고 하여 자녀를 보육원과 같은 사회보호시설에 위탁하거나 친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을 대신 지정할 수도 없다.
재판장으로선 아무리 객관적으로 타당한 결정을 한다고 한들 자녀를 원치 않는 부 또는 모에게 강제로 친권과 양육권을 부여하는 것이 마음 편할 리 없고, 그 때문에 심리를 마치면서 절로 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 사건에서는 결국 자녀가 너무 어려 엄마의 사랑과 보살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이유로 아내를 친권 및 양육권자로 지정했다. 하지만 재판장은 그 결정으로 인해 아내가 감수해야 할 양육 부담과 개인적 희생을 고려하여 남편이 부담할 양육비와 재산분할 및 위자료를 다른 이혼사건 때보다 더 많이 인정했다.
이혼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당사자는 자녀일 수 있다. 부모 이혼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데도 부모가 어떻게 결정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그 영향을 그대로 받게 되니 말이다. 가정의 달 5월, 지금도 어느 법정에선 서로 자녀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을 갖지 않겠다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부부가 있을지 모른다. 이혼을 마음먹고 있는 부부들은 자녀 때문에 어떤 불편을 겪게 될지를 먼저 떠올릴 게 아니라, 이혼으로 자녀가 어떤 고통을 받게 될지를 먼저 생각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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