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법률기사-이혼부모 선택 '아이' 위주로 바뀐 면접교섭
이혼부모 선택 '아이' 위주로 바뀐 면접교섭
호평받는 서울가정법원 면접교섭실
재희와 부모 등 세 가족이 서울가정법원 면접교섭실에 도착한지 30분쯤 지났을 때였다.
최선경 조사관이 인형을 가지고 노느라 정신없는 재희(가명?) 몰래 엄마 곁으로 다가가 “재희 어머니 10분만 화장실에 다녀 오시겠어요” 나지막히 속삭였다. “엄마 화장실 갔다올께” 재희에게 말을 건내며 살며시 면접교섭실을 빠져 나갔다. 이제 재희 곁에는 아빠가 남아 있었다.
본격적인 면접교섭이 시작됐다.
재희 부모는 이혼소송 중으로 별거 상태다. 세살박이 재희가 법원까지 오게 된 것은 부모 모두가 그를 키우겠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희는 아빠와 떨어져 살고 있다. 그래서 재희와 아빠의 친밀도를 파악하기 위해 가사조사관은 엄마를 잠시 밖으로 나가게 했다.
면접교섭실에 막 도착했을 때 재희는 언뜻 아빠를 낯설어 하는 것 같았다. “그림책 누가 읽어 줬으면 좋겠어”라는 최 조사관의 말에 재희는 엄마를 가리켰다. 재희는 지난 번 면접교섭 이후 일주일만에 아빠를 처음 봤다.
그러나 엄마가 없어도 재희는 전혀 어색해 하지 않았다. 침대에 올려 달라며 아빠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빠는 그런 재희를 번쩍 들어 안았다.
“요즘은 애 옆에 두고 언성 높이지 않으시죠. 재희는 엄마랑 아빠랑 같이 있고 싶어 하는데…”(최 조사관)
가사조사관은 지나치게 방관하지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간섭하지도 않았다. 멀찍이 앉아 지켜 보다가 재희 엄마, 아빠에게 가볍게 질문을 하면서 면접교섭을 이끌어 나갔다.
잠시 나갔던 엄마가 돌아오자 이번에는 아빠를 나가게 했다. “애들이 모르는 것 같아도 사실 다 알아요. 최소한 애 앞에서 만큼은 밝은 모습 보이자고 약속했죠”(엄마)
“선택의 기로에 놓이셔서 힘드실텐데… 재희가 아빠를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전혀 스스럼이 없네요”(최 조사관)
“아빠가 없더라도 아빠가 있는 것처럼 해 주려고 애한테 아빠 이야기를 계속 해주고 있어요”(엄마)
재희 엄마와 조사관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재희 아빠가 돌아왔다.
“재희야, 엄마랑 아빠랑 이제 장난감을 정리할까”(최 조사관)
같이 정리를 하는 세 가족을 보고 있으면 여느 가정과 다름 없었다.
재희와 엄마, 아빠의 면접교섭은 2시간만에 끝났다. 최 조사관은 “이번과 같이 아이에 대한 부모 사랑이 크다는 것을 느낄 때는 ‘공동 양육’ 쪽으로 의견서를 작성해 판사님께 드린다”며 “그게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바람직하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서울가정법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면접교섭이 호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1일부터 면접교섭실이 운영된 이후 지금까지 모두 19차례 면접교섭이 이루어졌다. 면접교섭실을 이용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법원은 이용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했다.
재희 부모의 이혼소송을 맡고 있는 김영훈 판사는 “면접교섭실이 있기 전에는 조정실이나 법원 20층 휴게실에서 면접교섭이 이뤄지곤 했는데, 사실상 아이와 부모와의 친밀도를 관찰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이혼을 하는 부부는 서로 대화가 부족해서 오해가 생겨서 이혼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여러번 면접교섭을 하다가 보면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 상호간에도 서로 이해할 시간이 생겨 사이가 좋아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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