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자가 자살한 경우 강간치사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더라도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부(부장판사 신광렬)는 지난해 5월 성추행을 당해 자살한 여중생 A씨의 유족이 가해자 L(16)군과 부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L군과 Y군 등의 가족들은 A씨 유족들에게 1억15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는 강제추행을 당항 당시 만 14세의 중학생으로, 어린 나이에 1시간이 넘도록 피고로부터 당한 강제추행으로 인해 극도의 공포와 불안 등 정신적 공황상태에 이르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는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가 피해를 당한 후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자살이라는 극단적 행동을 선택한 점 등은 A씨에게도 잘못이 있다"며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70%로 정한다"고 설명했다.
L씨 등은 지난해 5월5일 오후 9시께 동작구 사당동 지하철 7호선 남성역 근처에서 귀가 중이던 A양에게 '오토바이를 훔친 일당과 닮았다'며 한 아파트 기계실(23층)로 데려가 금품을 뺏고 성추행을 했다.
이후 A양은 L군 등이 자리를 떠난 후 23층 창문을 통해 바닥으로 떨어져 그 자리에서 숨졌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0월 이들의 공갈 및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징역 장기 2년, 단기 1년6월에 12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의 이수명령을 선고했으나, 강간치사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사망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